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식사를 한 후 약속이나 한 듯 디저트를 즐긴다. 하지만 종류와 스타일은 각 나라마다 매우 다양하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달콤함’이다.
글 가빈 피알 콜드웰Gavin PR Caldwell(스위스 IMI 교수)
미국 빵과 고기의 마무리는 쿠키와 젤리
미국은 다인종 다문화 사회답게 음식문화의 스펙트럼도 세계에서 가장 넓다. 그러나 프랑스의 다양한 요리와 미국의 다양한 요리는 그 개념이 다르다. 프랑스에서 맛볼 수 있는 요리는 대개 프랑스 요리이지만 미국에는 미국 요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다만 미국에서는 세계 각국의 요리를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을 뿐이다.
미국인들이 가장 널리 즐기는 디저트는 쿠키와 초콜릿, 그리고 젤리이다. 밀가루, 버터, 달걀을 반죽하여 그 위에 초콜릿 다진 것을 얹어 구운 쿠키는 버터쿠키, 아몬드쿠키, 건포도쿠키, 마블쿠키, 치즈쿠키, 프레첼(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먹다가 목에 걸려 졸도하면서 넘어졌다는 과자로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쿠키의 일종) 등 재료와 모양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초콜릿은 비만의 주 원인이라는 점에서 20세기 말부터 많은 미국인들이 의식적으로 식탁에 올리지 않고 있는 ‘비운의 디저트’이다.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또 다른 디저트는 젤리이다.
이탈리아 대식가들의 피날레, 젤라또
‘이탈리아 요리는 없다. 단지 토스카나 요리, 베네치아 요리, 에밀리아 요리 등이 있을 뿐이다.’ 이탈리아가 통일된 지 1백 년이나 지났지만 각 지역의 향토요리마다 특색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하지만 지역을 막론하고 원재료의 풍미를 그대로 살리면서 맛을 내는 것이 이탈리아 요리의 공통점이다. 해산물을 다양하게 조리한 파스타가 대표적이며 올리브와 다양한 향신료, 포도주로 만든 식초로 맛을 내는 것이 특징.
이탈리아인들은 세계적인 대식가로 알려져 있지만 만찬의 마지막은 돌체(dolce, 디저트) 젤라또로 아주 가볍게 마무리된다. 연유와 천연재료로 만들어진 젤라또는 계절에 따라서 오렌지, 체리, 파인애플, 자두, 망고 등으로 다양한 맛을 낸다. 전통적인 젤라또는 얼음과 소금을 채운 큰나무통 안에 동으로 만든 용기를 넣어 만들었지만 현재는 기계를 이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소르베(셔벗), 마치도니아(과일 펀치) 등을 디저트로 주로 먹는다.
스위스 달콤한 유혹, 초콜릿
스위스는 수년에 걸쳐 주변 국가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풍부하고 다양화된 요리를 갖고 있다. 크게는 독일계·프랑스계· 이탈리아계 요리로 나뉘어 있지만 지역마다 특이하고 소박한 농민요리가 발달해 있다.
그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알려진 전통음식으로는 끓는 치즈에 빵을 찍어 먹는 ‘퐁듀Fondue’를 꼽을 수 있다. 포도주와 치즈를 불에 녹이면서 포크에 꽂은 빵을 찍어 샐러드와 함께 먹는 퐁듀 프로마지, 올리브유를 끓인 냄비에 쇠고기를 포크에 꽂은 채 넣고 튀기면서 곁들인 소스와 함께 먹는 퐁듀 부르기뇽 등 지역마다 특징이 있다.
다양한 치즈요리가 발달해 있는 스위스는 후식도 달콤한 초콜릿을 즐긴다. 초콜릿 소비량 세계 1위라는 기록은 이를 뒷받침한다. 스위스와 초콜릿의 인연은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79년 다니엘 페터가 밀크 초콜릿을 처음으로 생산했고 초콜릿에 헤이즐넛을 첨가한다든지, 얼룩이 생기지 않는 처리법을 발명하는 등 스위스는 초콜릿 혁신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초콜릿을 한두 조각 먹거나 치즈에 녹인 초콜릿을 얹어 먹기도 하지만 초콜릿 퐁듀도 스위스인들이 좋아하는 디저트. 녹인 초콜릿이나 크림에 과일이나 빵 조각을 넣고 찍어 먹는다.
중국 포만감 더해주는 기름진 디저트
광대한 땅과 다양한 민족을 포괄하고 있는 중국은 식재료와 요리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5천 년 동안 새로운 왕조가 구축될 때마다 새로운 풍습과 음식문화를 형성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요리의 80퍼센트 이상은 기름에 볶는 방법을 쓴다. 게다가 한번에 익혀서 먹는 요리도 많지 않다. 뜨거운 탕에 데치거나 미리 익히거나 기름에 데치는 등 먼저 애벌조리를 한 후 다시 몇 가지 조리단계를 거친다. 이 같은 조리법의 특성 때문에 중국 요리는 뜨겁게 먹는 요리가 일반적이고 디저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국인들은 튀긴 과자, 찐 과자, 구운 과자, 깨찹쌀떡, 호두튀김, 사과탕, 바나나탕 등 포만감을 더해주는 디저트를 즐긴다.
프랑스 무한한 욕구의 대상, 치즈
프랑스에 가면 요리가 ‘예술’이 된다는 말이 있다. 지중해와 대서양을 접하고 있는 온화한 기후, 게다가 비옥한 토지까지 요리문화가 발달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과 프랑스 부흥기에 전수된 각국의 요리법이 유럽 최고의 음식문화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프랑스 요리가 극찬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 다양성에 있다. 프랑스인들이 후식으로 즐겨 먹는 치즈는 그런 다양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중세시대 프랑스에서 지역 생산물은 그 지방에서 소비되는 것이 많았고 치즈도 마찬가지였다. 레시르 드 로브락l’Ecir de l’Aubrac, 로쏘 이라티l’Ossau-Iraty, 크레이외 드 롱크Crayeux de Roncq 등의 치즈 이름 뒤에는 지역적 특색이 담겨 있다. 프랑스에는 4백여 종의 치즈가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추론일 뿐, 정확한 숫자는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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